2008 봄학기 회고노트/1. 봄 학기 열린작업장 프로젝트 방향과 시도 : 글 4개
http://openstudioblog.haja.net/owner/skin/edit 열린작업장 > 스킨

인문학에 대해, 글을 읽고 쓰는 것에 대해, 그리고 공부에 대해 2년간 너무 떠들었던 탓에 이제 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반복밖에 안 될 것 같아 조심스러워진다. 그러나 열린작업장 담임이자 글쓰기 팀 담당 판돌로서 이번 학기를 돌아볼 때 역시 이에 대한 언급이 빠질 수는 없을 것이다. "대체 어떻게 하면, 내내 반복한다는 생각에서 스스로에 대해 느끼는 이러한 민망함 없이 나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은 바로 지금, 혹은 다음 학기 즈음에 그대로 열린작업장 주니어들의 질문이 될지 모르겠다.

공부란 끊임없는 의심에서 나온다고 여긴다. 공부할수록 의심할 것들이 더 늘어간다고도 생각한다. 그러므로 죽돌들은 의문투성이인 자신에 대해 부디 당당하길. 그건 우리들이 습관적으로 말하던 그 '성장'이라는 것과 상통하는 것이므로. 오늘 만나 대화를 나눈 어느 주니어의 표현처럼 "굳히기나 퇴보의 순간 역시 성장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나 역시 생각한다. 위험은 우리가 습관적으로 쓰는 어떤 단어와 문장, 과격하게는 어떤 단정이 자신의 것이 아닐 수 있는 순간에 존재한다. 그래서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 의심이고, 그 수단으로 여기 책읽기와 글쓰기를 권하려 한다.

인문학에 대한 질문과 하소연을 참 많이 들었다. 인문학이 왜 필요한가, 왜 이런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가, 왜 하필이면 중국인가, 아니면 근본적으로 인문학이란 게 대체 무엇인가에 대하여. 그때마다 나는 대강 아래와 같이 이야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문학? 인간과 인간 문화 전반에 대한 공부. 책을 읽으면서도, 버스 안에서 바깥의 건물에 매달린 간판들을 보면서도, 텔레비전 스포츠 뉴스를 보면서도 할 수 있는 거. 대단한 학자가 되기 위해 하는 공부가 아니라, 삶을 잘 만들고 정비하며 살아가기 위한 조건으로서. 문화작업자가 되겠다고? 기술 연마보다도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어야 할 텐데, 그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그 소스를 찾기 위한 연습이 선행되어야 하는 게 아닐지."

외부에서 갖는 오해 중 하나가 하자는 예술작업 쪽에 주력하는 공간이라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기 위한 프로그램에는 무관심하거나 취약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나는 그렇지 않다는 말과 함께 하자이기에 갖는 인문학의 필요성과 목표, 현재 진행되는 인문학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어떤 부분에서는 보완되거나 수정되어야 할 것들이 조금 더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제 이번 한 학기를 반추해보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책 읽기에 대하여
책 읽으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던 탓도 있겠지만, 이제 주니어 과정을 2학기 정도 보낸 죽돌들은 자기 작업을 위해서라도 알아서 책을 찾아 펴든다. 읽고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지금 이러이러한 종류의 책을 찾고 있는데 추천해줄만한 괜찮은 책이 있는가 묻기도 한다.

그런데 제대로 공부를 하고자 한다면 독서 방법에도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물론 인문학은 버스 안이나 거리에서도 할 수 있지만, 그것의 전제는 '언어화'다.

이번 학기에는 <청소년을 위한 하자인문학 Ⅱ- 니하우 베이징>과 <청소년을 위한하자 인문학 Ⅲ- 이화여대 탈경계 인문학>이 진행되었는데, 그때 언급된 텍스트와 추천 도서, 참고 도서 목록의 양이 상당했었다. 학기 중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인문학 추천도서까지 모두 읽기는 물론 버거웠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번 7월 방학 중에 한번 도전해보길 권한다. 눈으로만 읽고 끝내는 독서가 아니라, 중간에 밑줄도 긋고 연필로 메모도 하고, 책을 모두 읽은 뒤에는 자신의 독서일기를 써보는 것까지 해야 한다. 거기까지 마쳐야 정말 책을 읽고 공부했다고 말할 수 있다.

자신의 취향에 맞게 어떤 이는 일본 현대 소설을 주로 읽고, 어떤 이는 각종 여행기를, 어떤 이는 코믹스를 보며 독서를 즐겨왔을 것이다. 나 역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극장에서 영화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은 난해한 문장보다는 술술 읽히는 문장 쪽을 선호한다. 거기에서도 어떤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편중된 독서 방식은 다른 문법으로 말을 건네는 다양한 책들과의 만남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먹지도 않을 밤들을 가랑이 사이에 가득 모으는 심정으로 책들을 읽어치울 필요는 없다. 다만 조금씩 폭과 깊이를 넓히며 야금야금 책을 읽어보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글쓰기에 대하여
글쓰기는 사실상 하자센터에서 학습하는 모든 죽돌들이 거의 매일같이 하는 작업 중 하나다. 주니어들은 학기 초가 되면 몇 번의 수정을 거듭해가며 자신의 이번 학기 학습 목표와 계획을 골자로 한 학습계약서를 쓴다. 학기 중에는 팀, 프로젝트별로 다양한 작업과 함께 이에 대한 기록을 시도한다. 팀별 블로그에는 작업 일지와 리뷰가 업데이트되고, 이것들이 토대가 되어 학기말 학습 평가서와 에세이 작업으로 이어진다. 자기 학습을 기록하고 수시로 점검하고 마지막에 평가하는 것까지 말과 글에 기대어 진행된다.

한편 열린작업장 On Going 프로젝트의 한 축인 <웹진 하자로>의 경우는 조금 다른 글쓰기를 시도해보았다. 글을 쓴다고 할 때 으레 떠올리는 개인적인 작업, 소설 쓰기 등을 떠나 하자센터 월간 웹진의 편집부로서 기획과 편집, 취재 등을 맡아 진행한 것. 센터 안에서 활발하게 기획되고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에 촉수를 드리운 채 그 사이에서 맥락을 발견 혹은 생산해 단순 정보 전달이 아니라 하자센터에 대한 '이야기 전달자(스토리텔러)'로서 작업을 해보자는 것이 이번 학기 웹진 하자로 편집부의 목표였다. 때문에 객관적인 사실을 어떤 방식으로 구술해야 효과적으로 전달될 것인지, 나의 시각과 질문을 어떤 방식으로 드러내야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편집부는 매달 고민해야 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웹진 하자로>는 훌륭한 학습 툴로서 기능한다고 보이며, 비단 편집부만이 아니라 열린작업장의 주니어들 모두에게 적어도 1회 이상 기고의 기회가 돌아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울러 글쓰기 팀은 수요일마다 진행되는 On Studios를 위해 개인 글쓰기 작업을 하고,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이를 낭독한 뒤 합평하는 시간을 가졌다.

팀원들은 빈번하게 두루뭉술한 글이나 중언부언하는 글, 수사만 가득한 글, 용두사미의 글들을 가져오곤 했는데, 무섭게도 이것은 모두 글쓴이의 성향이나 고민의 깊이, 습관 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글쓰기는 나의 생각에 대한 직접적인 노출 행위다. 글을 쓴 만큼 세상을 보고, 글을 쓴 만큼 신체가 바뀔 수 있다. 하자에서는 지금도 여러 종류의 글쓰기가 시도되고 있지만, 본인이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여해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글을 쓰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여러분은 일기를 쓰는가? 인문학 프로젝트의 후기를 작성할 때는 어느 정도 공을 들였는가? 책이나 영화를 보고 나면 생각을 노트하는가? 사람들과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메일을 주고받는가? 이 모든 게 나와 하는 즐거운 소통이고, 타인과 하는 지식의 공유가 된다.

듣기의 자세 혹은 공부와 생활에 대하여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직접 몸을 움직이며 하는 작업이 많아서일까? <니하우 베이징>과 같은 강의형 프로젝트에 들어온 죽돌들은 좀 힘들어 보인다. 수시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이도 있고, 잠들어버린 이도 있고, 자리에서 들락날락거리거나 아예 중간에 나가버리는 이도 있고, 옆 사람과 이야기하는 이도 있다. 들어와서 앉아 있는 시간이 힘겹다보니 지각이나 결석도 잦아지는 것 아닐까 싶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거기에 대해 반응하고, 나중에 혼자 곰곰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게 하나로 죽 이어져야 할 텐데 우선 듣는 것부터 세팅이 안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니하우 베이징>은 하자작업장학교 길찾기 과정 죽돌과 열린작업장 주니어들 전체가 함께 참여하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본 프로젝트는 오는 8월 열릴 베이징 올림픽을 모티프로 하여 중국과 올림픽의 역사 및 제반 문화에 대해 함께 학습하는 자리로, 세 차례의 특강과 차이나타운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함께 배치되어 보다 밀도 있고 흥미로운 인문학 여행을 꾀했다. 중국과 올림픽 자체가 워낙 방대한 탐구 대상이다 보니 깊이 있는 공부와 논의는 오후 시간에 배치된 후속 모임 <인문학 카페>와 개별 과제 등으로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얻은 소스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본인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 5, 6세대 감독들의 작품세계에 흥미를 느꼈다면 그 부분을 조금 더 파보고, '수다쟁이 장쩌민'의 이야기를 더 알고 싶으면 본인이 알아서 소설을 찾아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두 시간의 강의나 토론만으로 공부가 되길 원해선 안 된다. 공부는 자기 노력, 자기 시간이 어떻게든 투자되어야 한다.

공부란 것이 단순히 머릿속에 무언가를 가득 넣고 있다가 필요하면 때때로 꺼내어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용도라면 국, 영, 수 열심히 배우고 수능 보고 토익 보면 된다. 그런데 우리는 제대로 된 공부를 해보기 위해 하자에 모인 사람들 아니던가. 그렇다면 공부와 작업, 실험과 생활이 같은 선상에서 고민되어야 한다. 그런데 들여다보는 책이나 입으로 하는 이야기와 실제 삶의 방향이 서로 다르게 흘러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나가면서, 언어에 대하여
죽돌들이 자주 이야기 중 하나가 "우린 너무 비슷한 말을 써요"였다. 그런데 되묻고 싶다. 그게 나쁜 건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학습하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을 두 달 앞두고 있고, 티베트 이야기에 분노하고, 밤이 되면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가한다. 방학 중 Pre School을 통해 <무한도전>에 참가했고, 학기를 시작하면서 '길드하자'를 만들고 '비평동무'도 시도했다. 수요일마다 쇼케이스에 자신들의 화두를 들고 오고, 목요일이면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한다. 춘천마임축제에 다녀왔고, 고정희 추모여행도 참가했다. 그러면서 많은 말들을 함께 쓰기 시작했다. 단순한 단어가 아니라, 우리의 경험과 고민이 녹아든 개념어는 이렇게 탄생된다. '크로스오버' '파트너 쉽' '스토리텔러' '시너지' 등등. 물론 의심하는 건 좋다. 내가 정말 진심을 담아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내가 비난을 위한 비난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언어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그 일이 잘 풀려가고 있다는 증거다. 지금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생겨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니어들은 열린작업장에서 학습하는 1, 2년 사이에 그것들에 대한 고민의 단계를 확실하게 거치면 좋겠다.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 넘어가면 또 다른 언어와 개념어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그러면 여러분은 하자에서 얻은 그 단어와 문장을 기반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받아들여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모모 (열린작업장 판돌)



 

2008/07/01 13:24 2008/07/01 13:24
_no trackback, no comment

하자센터는 초기부터 <하자글로벌네트워크>프로젝트를 통해 국경을 넘나들며 네트워크와 자원을 찾는 여행을 시도해왔다. 이 여행을 통해 죽돌들로부터 자기 기획력을 기르고 지혜와 자신감을 쌓는 경험을 만들어 주었다. 2005년 가을학기에 시작한 글로벌학교는 라오스, 필리핀, 태국등 아시아의 소외지역을 찾아 기여와 헌신을 배우는 글로벌해외탐사를 해왔다. 글로벌시민감수성을 가진 여행자로서의 자기 감각과 태도를 일깨우는 과정이었다면 그 경험을 가지로 다시 살고 있는 지역, 그리고 도시로 돌아온다. 귀향이라기보다 ‘내 안의 글로벌’을 발견하며 지역을 살피는 글로컬(glocal)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그 여행은 일상을 탐사하고 도시의 지도를 그리며 ‘작품’으로 기획하고 조직하는 법, 실천과 행동을 함께 하는 법, 지역의 인물, 스토리와 만나며 삶의 성찰의 언어를 풍부하게 하는 법을 알게 하는 학습의 자극제가 되고 있다.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정에서 자기 설명력을 갖고 소통을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 여행을 통해 열린작업장이 지향하고 있는 학습의 목표이다.

여행, 일상 언어를 풍요롭게 만들며

열린작업장 방학 중 프로그램 warm-up, cheer-up에서는 [영등포의 달인을 찾아라]라는 ‘무한도전’의 미션을 통해 영등포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일주일간의 pre-school에서는 ‘서울의 이동하는 것들’을 취재하며 도시와 사람과 장소 사이의 연계성을 만드는 일종의 인류학적 탐사를 시도했다. 일상적으로 스쳐지나가는 것을 붙잡아 놓는, 일상의 경계 지점에서 끊임없이 서게 되는 작업인 것이다. 이 작업은 인터뷰와 기록, 정보 수집을 바탕으로 자기의 여행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훈련을 한다. 창신동과 동대문을 여행코스로 개발하고 가이드를 했던 글로벌학교는 2008년 봄 학기에 인천 선린동, 서울 연남동의 차이나타운을 여행하면서 자기 여행기 만들기, 공간에 대한 스토리를 발견하기에 집중했던 학기였다. 처음부터 ‘가이드하기’를 목표로 차이나타운에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된’ 여행자가 되어 장소에서 노닐고 거니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였고 일상의 사소함에 대한 관찰로부터 자기 여행기의 출발지점을 만들었다.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으로는 기록한 사진들을 지도를 그리며 배치를 하고,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며 소설의 형식을 빌려오기도 하고, 인터뷰의 내용을 구성하기도 한다. 이 내용들이 여행정보센터로의 진화 과정의 첫 단추라면 죽돌들은 여행코디네이터, 여행상품 기획자, 여행가이드가 되어 여행과 사람을 매개하는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간다. 그것이 스토리를 타인/관객/고객과 소통해내는 업그레이드의 단계인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여행자’에서 ‘가이드’로 모드와 역할을 전환하며 여행자의 움직임과 기호를 읽어내고 배려와 눈치를 기반으로 한 기획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죽돌들은 ‘길을 잃게 하는 동시에 길을 만들어줘라. 유머를 겸비하고 답사의 내용을 가공하라.’ 라는 기획자와 가이드의 원칙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원칙과 약속들 아래 가이드의 스토리로 여행 그려내는 것, 고객들의 여행의 스토리를 끌어내는 것. 이것이 글로벌학교 여행이 상업적 여행상품들과의 ‘다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지점이다.

여행, 실천과 행동을 동반하며

글로벌학교와 같이 여행 자체를 학습의 도구와 목적과 방법으로 삼는 팀이 있다면 열린작업장은 학기 중에 메인프로젝트, 작업 공간, 거주공간에서 벗어나 낯선 풍경과 장소아래에서 일상을 거리 두고 보게 하는 여행을 기획하고 있다. ‘들뜬행동, 격한실천 특별조사팀’이라는 이름아래 참가한 춘천마임페스티발의 아티스트벼룩시장에서는 ‘춘천’이라는 장소성과 ‘마임축제’라는 현장성 아래에서 즉흥적이고 즉각적인 소통을 이끌어내는 상품을 제작, 전시, 판매하기도 했다. 다른 방식으로 재료들을 활용하고 접근해보는 매체학습의 차원도 있지만 긴 호흡을 조절해야하는 일상에서 잠시 pause하면서 이동과 이동에 따른 활동이 무엇을 유발해내며 성찰케 하는지를 돌아보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또 학기 중에는 주로 작업의 맥락을 함께 그리고 있는 판돌과 죽돌들이 관객이 되어 주지만 이런 여행을 통해 자기가 하고 있는 작업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증명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여행, 시/공간을 넘나들며

열린작업장은 시 읊는<poetry friday>모임과 영상스튜디오 캐치스코프의<poetry video>처럼 시를 영상매체로 표현하고 읽어내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시적영감으로부터 작업언어가 풍부해지고 시인과 만나면서 삶을 돌아보게 되는 것. 이와 같은 영감과 성찰은 허난설헌을 찾아가는 강릉투어와 해남의 고정희 추모여행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강릉투어는 조선시대의 시인 허난설헌의 생가를 돌아보고 살았던 곳을 걸어보며 우리로 하여금 500년 전에 태어난 시인과의 접속지점을 만들어 준다. 시인을 통해 몸을 넘어 머리와 가슴으로 하는 여행을 상상해보기도 하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현재’를 사는 ‘우리’를 다시 인식케 한다.

강릉투어가 지역과 인물을 연결시키는 여행이라면 고정희 추모여행은 우리에게 계보를 그려주는 여행이 된다. 고정희 시인은 하자의 문화적 모태인 또 하나의 문화의 동인으로 2001년도 하자의 파워풀한 소녀들로부터 페미니즘을 말하게 하고, 세대 간의 만남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들춰보게 하는 강한 동기였다면 지금은 불안하고 위로가 필요한 십대들에게 ‘끈 떨어진 연’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 하게하는 리츄얼이다. 올해로 시인이 죽은지 열 일곱 번 째 해가 되고, 하자의 해남 행은 여덟 번 째가 되었으니 손꼽아보면 그 ‘어김없이’하는 일이 이제는 궤적을 그리며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화가 주최하고 고정희 문학상 본선과 추모여행이 결합된 방식으로 진행된 고정희 추모여행에서 하자센터는 자체적으로 poetry gathering을 만들며 시인의 친구들, 시인을 중매하는 자리라면 두 팔 걷고 자리하는 어른들, [또 하나의 문화] 동인 선생님들(조한혜정, 박혜란, 김은실, 이경자)을 초대하여 시인에 대해, 여성주의적 언어와 문학에 대해 듣는 기회와 시인의 시에 화답하는 시간으로 채우기도 하였다. 어른들은 고정희 시인의 <밥과 자본주의>를 낭송하며 ‘촛불소녀’들이 거리로 나서는 지금, 고정희 시인이 살아있었다면 무엇을 노래하고 말했을 것인가?를 물으며 시인을 통해 대답과 실천을 구하고, 십대들에게 현재를 기록하고 주체적 언어를 생산하라고 말씀하신다. 그 어른들과의 만남에서 왜 우리가 시인을 찾아 밤을 새워 달려왔는지, 어김없이 매년 이 여행을 하는지를 다시 알게 되는 것이다.

끈을 이어받고 받은 끈을 넘겨주며 고정희 시인의 죽음 이후의 궤적에 각자의 기억을 보태는 것이다. 그렇게 시인의 삶에 동참하며 그 기억으로부터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열린작업장에서 하고 있는 여행은 장소도 방법도 내용도 다르지만 결국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경계의 지점에 서고 그 경계를 무겁지 않고 즐겁게 넘나들며 자기의 삶을 역사를 그리는 그려내는 작업이다. 여행을 통해 초대하는 법을 배우고 문화와 문화 사이를 매개하고 해설하는 것, 자기의 스토리를 개발하며 타인과의 접속 지점을 만드는 법을 배우는 것. 이것이 여행이 우리에게 제시해 주는 학습의 방향이다.

 

단지 (열린작업장 판돌)



2008/07/01 13:22 2008/07/01 13:22
_no trackback, no comment

열린작업장은 영상, 미술/디자인, 공연, 글쓰기, 여행 등 다양한 문화작업 영역들을 프로젝트를 통해 학습하며 성장할 수 있는 곳이다. 하자센터가 초기에 5개의 작업장(시각디자인/영상/대중음악/웹/시민문화)으로부터 출발한 경험이 말해주듯 하자센터의 10대들에게 문화작업과 매체란 자신의 생각과 언어를 표현할 수 있는 실현과 성찰의 도구이자 학습의 과정으로 중요하게 자리매김 해왔다.

‘열린’작업장은 이전 5개의 스튜디오 시스템의 성과와 경험들을 적극 수용하면서, 보다 확장적인 학습의 장으로서의 목표를 가지고 출발했다. 특히 ‘한 가지 전공’을 선택하여 몰두하는 방식이 아닌, 장르간의 벽을 허물고 분과와 기능으로 묶인 요소들을 한데 뒤섞는 ‘통합적 학습’ 형태를 지향했다. 봄 학기 시작 전 진행된 2주간의 'warm up/cheer up' 프로젝트 중 하나인 ‘무한도전’을 살펴보면 열린작업장에서 시도하려는 매체학습의 한 가지 유형을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 있는 무수한 정보들을(이미지/텍스트/사운드 등) 자신의 콘셉트에 따라 검색과 분류의 과정을 통해 낱개의 소스를 새롭게 ‘봉합’하는 과정을 시도한 [다 안다고 말하지 마라] 프로젝트의 경우, 늘 새로운 것을 창작해야 한다라는 강박에서 소스를 직접 생산하는 것을 금지시킨 방법은 죽돌들을 매우 당황하게 만들었다. 죽돌들은 인터넷과 디지털환경이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선 공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작업을 위해 일상적으로 행해져야 하는 것들-자료수집, 아카이빙-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적화된 공간이라는 사실을 재인식하게 된 계기였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학습의 과정들을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장소로서 온라인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했고, 이번학기 총 13개의 팀 블로그를 생성, 사용했다.

일상의 과정들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장치로서의 활용이 1단계라면, ‘On Going'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된 하자센터 [웹진 하자로]에 참여한 글쓰기 팀 죽돌들은 개인적 차원의 글쓰기를 넘어서 취재를 통한 전달자로서의 글쓰기를 학습했다. 또한 ’웹진‘이라는 매체의 유통 범위의 확장 가능성을 생각해봤을 때 책임감을 가진 글쓰기 작업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이와 연장선상에서 기획된 ’On Air' 프로젝트는 하자센터 1층의 45보드를 활용하여 열린작업장의 학습 과정들을 시각적/청각적으로 표현해보는 것이었다. 미술/디자인팀 TOT와 인터넷방송국 캐치스코프가 주축이 되어 자신들의 프로젝트들을 하나의 콘셉트로 묶어내어 드로잉과 설치, 영상작업으로 이어갔다. 캐치스코프는 기존에 사용하던 팀 블로그를 웹캐스팅 페이지를 삽입하여 리뉴얼 하였고, 유튜브와 연동하여 영상들을 업로드했다. 'on air / on going'프로젝트는 매체를 기준으로 분리된 팀들을 공동 작업을 통해 시너지를 발생시키고자 시도한 것들이라면, 춘천마임축제의 경우 매체를 선택함으로서 명확해지는 결과물의 상을 피하고자 현장성을 강조한 게릴라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춘천마임축제가 벌어지는 고슴도치 섬을 1박2일 동안 탐사하는 프로젝트로, 가상의 입장을(ID) 가지고 관찰과 채집을 통해 작업하였고, 아티스트 벼룩시장에서 전시/판매를 진행하였다.

주어진 형식이 없는 조건에서 진행한 이번 프로젝트는 즉흥성이란 ‘준비 없이 즉석에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관찰과 훈련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틀 지워지지 않은 곳에서 자유롭게 작업한 후 거꾸로 자신의 작업을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판을 만들어보는 경험을 목적으로 둔 것이었다.

앞서 열거한 프로젝트들을 통해 열린작업장에서 이번 학기에 시도하고자 했던 매체학습의 몇 가지 유형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죽돌들에게 디지털 매체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일상적 필수품중 하나일 것이다. 핸드폰 카메라를 이용하여 쉽게 스냅숏을 찍을 수 있고, 중요한 기록은 핸드폰 메모장에 기록한다. 미투데이와 같은 마이크로 블로그를 통해 일상적인 단상들을 150자 내의 텍스트로 쓸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좀 더 생각해보고 싶은 것은 쉽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매체들을 학습의 도구로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온라인이 학습 공간으로서 확장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지점이다. 온라인학습생태계 프로젝트팀의 시도에서 약간의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학습공간이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면서, 온라인상에서 소화 가능한 학습 커뮤니티로서의 기능을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디지털 매체가 기기와 툴의 기능을 넘어서 스토리텔링을 위한 도구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좀 더 세심한 기획을 가진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자신의 손에 쥐어있는 매체의 특성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상상과 자극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언어로서의 매체가 필요한 것이다.

최근 거세게 일고 있는 촛불시위 현장을 보면서, 우리에게 ‘촛불’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자기만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 주변과 사회의 문제와 상황들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면서 각자의 매체를 가지고 또 다른 촛불로서 불을 밝힐 수 도 있을 것이다. 죽돌들의 손에 쥐어진 카메라가, 마이크가, 악기가, 펜이 세상과의 소통을 위한 유용한 도구로서 사용되길 기대한다. 그런 점에서 열린작업장의 매체학습은 보다 소통적이며, 탈 경계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그야말로 ‘열린 사고’를 훈련해나기 위한 것이다.

 

유리 (열린작업장 판돌)

2008/07/01 13:20 2008/07/01 13:20
_no trackback, no comment

2008년 봄 학기는 열린작업장의 모두에게 일종의 도전의 시기였다. 근 몇 년간, 하자센터의 주니어 과정은, 그룹의 명칭과 정체성을 부단히 새롭게 조직해내면서 우리에게 왜 “작업장”이 존재하며 그곳에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들에 응답하기 위한 노력들이 있어왔다. 실천하거나 작업하지 않는 죽돌들이 작업장을 (누워서)점령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해서 먹고 산다”는 우리의 캐치프레이즈는 먼 기억 속으로 잊혀져 가고 있을 때, 돌아가지 않는 판에서 죽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판을 만들고 돌리는)‘판돌’과 (죽치고 작업하는)‘죽돌’의 존재가 가능 할 리도 없었다. 도대체 우리의 나른함과 게으름, 그리고 때론 ‘불안’이라 정당화하는 이 정체 모를 습성들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를 날마다 고민하며 녹초가 되어갈 때 쯤, 판돌들은 어느 날 글로벌학교의 안내로 함께했던 서울투어 프로젝트에서 아무런 사전준비와 약속도, 도구도 없이 순식간에 모두를 조직해서 신나게 ‘놀아 제끼는’ 주니어들을 보며 무언가 사고를 치고 싶다는 생각을 참을 수가 없었다.

2008년 봄 학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게으름 부리기를 일삼던 죽돌들이 보여준 놀라운 조직력과 에너지에 배팅해 보자는 작정을 한 것이다. 이 엄청난 힘들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담임판돌들은 스스로를 질책하면서도 희망에 부풀었다. 나른한 봄이기보다는 꿈틀거리고 요동치는 봄이 올 것 같았다. 때문에 이번 학기 죽돌들에게는 조금은 과했을지도 모를 꽤 많은 양의 학습시도와 미션들을 마련하는 데에 겨울이 다 가버렸다. 각각의 작업장에서 시도하는 영역별 프로젝트와 공통학습 프로젝트 이외에도, 시너지 프로젝트와 크로스 오버 프로젝트들이 동시에 가동되었고, 이례적으로 방학 중 워밍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죽돌들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에너지와 축복받은 재주들을 마음껏 뿜어낼 수 있도록 꼼수를 써보기도 했다. 프로젝트 생성의 기본원칙은 언제나처럼 “일-놀이-학습”의 트라이앵글을 균형있게 조직해내는 것이지만, 이번 학기에는 더더욱 그 원칙을 몸으로 한껏 체험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방학중 프로젝트였던 <나흘간의 무한도전>과 <열린작업장프리스쿨>은 두주에 걸쳐 활기차게 돌아갔다. 발길이 뜸한 추운 겨울의 쇼케이스가 죽돌들의 움직임으로 왁자지껄해지자, 담임들은 괜히 으쓱해졌다. 죽돌들은 혹독한 조건과 무모한 도전들 속에서도 ‘나’를 넘어서 ‘타인’에게로 관심과 애정의 영역을 확대해 가면서 훌륭하게 2주간의 프로젝트를 마쳤다. 사실, 그 시간의 열기를 기억하자면 본격적인 봄 학기는 조금 조용했을지도 모른다. 넉 달 이라는 기간을 쉬지 않고 따라가야만 했어서 일까. 학기가 시작되고 한 달여가 지나자 많은 죽돌들이 다시 힘겨워하거나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잠을 이기지 못하고 지각을 일삼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각하지 않으려는 안간힘들이 전해져 왔고, 비록 완수해야만 하는 프로젝트들과 역할들, 넘쳐나는 과제들이 버거웠지만 왜 그것을 해 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와 동기들을 차츰 스스로 마련해 갔다.

한편, 이번 학기는 지난 학기에 처음 시도해보았던 시너지 프로젝트를 ‘살롱 수요일’과 ‘영화읽는 목요일’의 두 가지 영역으로 늘리면서 실질적인 기획을 죽돌들이 도맡았다.

동료십을 만들고 타인의 일에 대한 조언과 평가를 두려워하지 말자던 “비평동무”같은 야심찬 기획은 비록 어느샌가 흐지부지 잊혀 졌지만, ‘주니어’정도라면 시도해 봄직한 크고 작은 실험들이 살롱을 통해 몇 차례 이루어졌다. 지난해 처음 선을 보였던 살롱 수요일에서 대다수의 죽돌들이 어떻게 함께 해야 할지 늘 안절부절 했다면, 이번 학기의 살롱은 다소 안정된 분위기를 만들어 가면서 스스로 즐겁고 생산적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가면서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너지 프로젝트의 또 다른 기획인 영화 읽는 목요일은 시끄럽진 않지만 조용하고 꾸준하게 고정 관객을 확보하면서 각각의 관점들을 마련해갔다. 또한 주니어 학습의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새로운 이슈들을 매번 발 빠르게 따라잡으며 영화의 언어가 어떻게 우리의 이슈들을 보다 고민하고 성찰하며 재현하고 있는지를 추적했다.

시너지프로젝트를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길드하자’의 구성원들로부터 나온 것이다. 이번 학기에 열린작업장의 담임들이 가장 집중적으로 이끌어 내고 싶었던 프로젝트는 다른 어떤 학습 프로젝트들보다도, 바로 ‘길드하자’ 였다고 할 수 있다. 주니어그룹 내에서도 어느 정도의 학습 성취를 꾸준히 해내고 있으면서 진심으로 하자센터라는 공간의 주인이 되고 ‘죽치고 작업하는 죽돌’이 되기를 원하는 주니어 코어그룹의 모임이 바로 ‘길드’라고 불리 우는 그룹이었다. 이 그룹의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하자의 곳곳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그것을 모두에게 전염시키는 마법사 그룹이 되기를 자처했고, 이들의 마법술은 2008년 봄 학기 열린작업장의 동력을 만들어 내는 데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또한 두 개의 인문학 프로젝트, ‘니하우 베이징’과 ‘하자-이화 탈경계 인문학’이 진행되었다. 지난 학기의 인문학 프로젝트 ‘문화의 발견’이 일상의 공간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을 사려 깊고 폭넓게 만들어 내는 데에 주력했다면, 이번 학기의 인문학은 8월에 있을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중국과 스포츠, 그리고 세계라는 거대한 텍스트를 읽어내는 기획이었다. 이화여대 강사들로 이루어진 탈경계 인문학자그룹과 만나 인문학적 개념과 경계들을 새롭게 해석해보고 ‘독서’와 ‘공부’를 통한 앎의 기쁨을 누리는 것, 그리고 그 앎을 일상에서 실천하고 몸으로 체화하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아차릴 수 있었던 하자-이화 인문학도 프로젝트에 참여한 죽돌들에게 세계를 보는 눈, 시대를 보는 눈에 대한 다채로운 관점과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인문학을 통해 가능했던 지적인 자극과 앎에의 기쁨은 실천의 경험으로 점프하여 죽돌들이 몸담고 있는 각각의 팀 안에서 자신들의 작업언어를 만들어내고 그것으로 발화하기를 기대했다. ‘On Studios’, ‘On Air’, ‘On Going’등의 프로젝트는 보다 실천의 영역에 자리한 프로젝트들로서 공통학습을 통해, 혹은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이나 세상에 대한 의문들로부터 획득된 여러 고민과 아이디어들, 혹은 사회적 이슈들처럼 논의되고 타진되어야 할 것들이 작업 안에서 녹아나게 되기를 바랬다. 각각의 작업장이 독자적이고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내공을 가지는 것만큼이나 서로 다른 작업장들 간의 만남과 교류, 그리고 경계넘기 등을 빈번히 시도하면서 하자 안팎의 소식과 일상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채집하고 보도하기, 그리고 매체를 이용한 재현의 과정을 통해 매체학습의 형식적 실험을 도모하였다.

매체 학습의 중요성만큼이나 봄 학기 프로젝트들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여행학습글쓰기와 글읽기를 통한 학습이었다. 이들이 주니어 과정 프로젝트들 사이의 틈을 촘촘히 짜내는 씨실과 날실이 되기를 바랬다. 춘천마임축제 참가, 서울투어, 강릉투어, 차이나타운투어, 고정희 기행, 책읽기, 리뷰쓰기, 기록하기, 낭독하기, 토론하기 등의 작은 기획들이 만들어지거나 권해졌다. 그로 인해 꾸물거리는 지속적인 움직임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어떤 진화, 혹은 어떤 탈바꿈(transforming)으로의 상상을 가능하게 해주리라 믿었다.

열린작업장의 모든 프로젝트들은 자기 주도적 학습을 위한 첫걸음인 자신의 학습을 스스로 설계하는 것을 위해 ‘열려’있다. 각각의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크고 작은 행사들을 넘나들고 자신의 전문적인 영역을 갈고 닦는 한편, 타 영역과의 만남에서 생겨나는 시너지까지 노리는 통합적 학습의 그림 속에서, 자신의 작업/학습/삶들이 어떠한 관계망을 가지고 커다란 판으로 확장되어 가는지 스스로 지도를 그려볼 수 있게 되는 창의적 사고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_ 그것이 2008년 열린작업장 봄 학기의 도전이었고, 그 도전을 기꺼이 받아준 주니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아직 우리에겐 이 도전의 결과에 대해 조금은 떨리는 평가의 시간이 남아있지만 말이다.

 

세이랜 (열린작업장 판돌)

2008/07/01 13:19 2008/07/01 13:19
_no trackback, no comment